#
책은 읽었다. 그런데 책만 읽었다! 라고 끝내기엔 아쉽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일단 인간인 나 또한 독서를 통해 느낀 감동과 감상은 허공에 떠다니는 방구 마냥 곧 분해되어 사라질게 뻔하다. 그러니 나도 남들 다하는 감상평 일명 독후감을 써서 이 사이버 공간의 유물로써 후대에 전달해주기로 했다. 근데 그냥 쓰는 독후감은 재미가 없어도 상당히 없으니, 내가 읽은 책의 문체를 흉내내어 감상평을 남겨보기로 한다. 왜? 독특하니까. 그리고 독특한건 그 자체로 의미 있으니까.
# 그 소설의 문체로 쓰는 감상평(1) : 윌리엄 포크너 - 소리와 분노
2010년 / 5월 / 29일
시계를 본다. 오전4시 38분이다. 나는 이 이른 새벽녘에 감상평을 쓰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타닥이는 타이핑 소리와 눌러지는 자판의 감촉이 누를적마다 새롭다. 캐디! 이 책은 내게 캐디!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푸른 하늘이였다가 비가 내리는데 처음엔 작게 내렸다 점점 크게 내리기에 조급함이 점차 증폭되었다. 소리와 분노? 이 책?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낸다 언젠가 한번 이 책이 대단한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나는 나의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림자에 다시 그림자를 씌우며 글을 마저 쓰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 부터가 일반적이지 않는데?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라니까. 그래도 왠지 끌리는 걸? 그리고 대단한 책이라고 호평이 자자 했으니까.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
재밌다. 새롭다. 일반적이지 않다. 미쳤지만 천재인 과학자가 실험을 하듯 언어적으로 실험하는 윌리엄 포크너의 그 용기와 시도에 절로 박수가 쳐진다. 이게 진짜 소설이란 생각 마저 든다. 당신에게는 이런 소설이 있나? 너에게도 너에게도 이런 소설이 있나? 반납일은 언제 언제 까지 입니다. 설마 실망스러우면 어쩌지? 새롭다 못해 사실상 처음 맞는 문체와 전개 방식에 어안이 벙벙 하다 못해 약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그저 순전히 기우일 뿐이고,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읽어나가다 보면 오히려 그 새로움의 감동을 받는 순간까지 온다. 단지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걸작이라 할 순 없어 그렇지만 새롭다는 것만이 걸작의 이유 중 하나는 될 수 있어 애초에 이 책은 100년전에 나온 책이라고 새롭고 뭐고 할것도 없어 원래 이런 류의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모든 것들을 싫어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물론 모든 소설이 그렇듯 언제나 케바케다. 내게 좋은게 항상 모두에게 좋을 순 없다. 그리고 모두에게 좋은게 내게 좋지 않듯이, 그렇기에 나 또한 이 책이 모두에게 좋다고 주장하진 않을거다. 다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자신의 시야와 사고의 가짓수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자 한다면 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해 인내심이 없고 그렇게 책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면 읽으면 안돼 정말 실망하고 어쩌면 화를 낼수도 있어 그러니까 자신이 그렇게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왠만하면 읽지 않는게 좋아 이 책을 읽으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거야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다시 이 감상평을 읽을 땐 무릎을 탁! 치며 미소짓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각을 서로 공유하는 사이니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격식과 격의없이 하고싶은 말, 의견을 마음껏 해주십시오.